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환경평가

국제원자력기구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도교전력이 8월24일 오후 1시3분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원전 처리수를 처리해 바다에 흘려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방류 직후 발표에서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방류된다면 지금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이 너무 많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 세계 과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발표말했습니다. 나흘 뒤인 8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은 방류에 대한 비판을 두고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거는 (없고)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그러는 사람들이니까,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후쿠시마 방류가 우리나라의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되느냐’는 문의에 78%가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정말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 때문일까요? 그러니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행위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며, 이에 의문을 보이는 목소리는 비(非)과학적인가요? 나아가 이번 방류는 국제적 절차에 따른 것일까요?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평가 보고서는 믿어야 하는걸까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본 원전 처리수에 대한 환경평가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아직까지도 물로 식히고 있습니다. 핵연료에 닿은 물은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이 섞인 원전 오염수가 됩니다. 냉각에 쓰는 물은 재사용해서 원전 오염수 증가를 줄이고 있지만, 사고 당시 원자로 건물이 손상된 부분에서 지하수와 빗물이 흘러들어 원전 오염수가 게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지난해 기준 하루 90t씩 늘어나는 원전 처리수가 도쿄돔 하나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쌓였습니다. 그동안은 원전 부지 내 탱크 1,000여 개에 저장하였는데, 기존 탱크가 내년 2~6월이면 가득 찹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바다에 그냥 버리겠다는 건 아닙니다. 알프스(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ALPS)라 불리는 ‘다핵종 제거 설비’로 처리해 내보냅니다. 방사성 물질을 달라붙게 하는 설비인 흡착재를 통과시켜 농도를 기준치 밑으로 낮추는 방식입니다. 이때 기준치란 ‘태어나서 70세까지 매일 해당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을 2L씩 마셨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연평균 1밀리시버트(mSv) 미만’이라는 소리입니다. 물론 원전 오염수에는 여러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각 핵종마다 고시된 농도 기준치가 다릅니다. 오염수를 각 핵종에 맞는 흡착재 여러 개에 통과시켜서, 방사선 영향을 모두 합해 연간 1mSv 미만이 되도록 한다는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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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mSv는 방사선 안전 기준을 세계 각국에 권고하는 비영리 기구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일반인 피폭 한도입니다. 이는 1mSv를 넘으면 위험하고, 안 넘으면 안전하다는 상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100mSv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 발병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만 100mSv 이하의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확인된 바 없습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보통 성인이 평생 매년 자연 방사선(전 세계 평균 2.4mSv)을 제외한 인공 방사선에 1mSv만큼 피폭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률은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도쿄전력은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낼 경우 인간의 건강에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이 일반적인 사람 기준 연간 최대 0.00003mSv가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 피폭 한도인 연간 1mSv나 일본의 자연 방사선량인 연간 2.1mSv에 비춰보면 극히 적은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방류 계획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설비인 ALPS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문제는 원전 사고 초기에 ALPS가 고장 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 탱크에 쌓인 오염수의 약 70%는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도교전력 측은,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원전 처리수의 경우, ALPS로 몇 번이고 재처리해 기준치 밑으로 방류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일군의 과학자들이 존재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18개국이 꾸린 협의체 ‘태평양 도서국 포럼(Pacific Islands Forum)’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와 관련해 조언해줄 독립적 전문가 집단을 지명했습니다. 핵공학자, 핵물리학자, 해양화학자, 해양생물학자, 분자생물학자 등 5명으로 구성된 구성원은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를 검토했고 도쿄전력과 수차례 회의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도교전력의 방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오염수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2017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1000개가 넘는 원전 처리수 저장탱크 중 3분의 1에서 표본을 채취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한 자료를 이 전문 과학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총 62개에 이른다는 원전 처리수 내 방사성 핵종 중에서 실제로 도쿄전력이 측정한 핵종은 대부분의 경우 7개에 불과했습니다. ALPS로 재정화한 물에서도 검출되어 도쿄전력이 ‘주요 핵종’으로 지정한 물질들입니다. 나머지 55개 핵종의 방사선 영향은 다 합해서 연간 0.3mSv 수준이라고 동일하게 가정하였습니다.

IAEA

그러나 이런 표본 채취 방식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 태평양 도서국 전문가 구성원의 견해입니다. 탱크마다 방사성 핵종 혼합이 다르고 농도 차이도 크기 때문입니다(ALPS는 2018년까지 상당히 불안정했으며 지난해에도 고장이 난 바 있습니다). 특히 사고 초기의 원전 처리수가 담긴 탱크 바닥에는 ‘고준위 슬러지’라고 부르는, 다양한 물질과 혼합돼 끈적끈적해진 방사성 폐기물이 쌓여 있습니다. 향후 탱크를 비우는 과정에서 이런 슬러지가 방사성 핵종의 숫자나 농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현재의 ALPS 설비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일지 검증이 부족합니다. 이런 경우까지 고려한 무작위 샘플링으로 방사성 물질 측정 데이터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도쿄전력은 어차피 기준치 이하가 아니면 방류하지 않으므로 방류 직전에 확인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는 그럴 수 있어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했다니 괜찮지 않을까? 태평양 도서국 포럼에 조언하는 전문가들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원전 처리수 표본의 대표성이나 ALPS의 처리 능력에 대해 사실상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일본 도쿄전력의 배출 계획을 승인한 것에 “놀라고 실망했다”라고 표현합니다. 도쿄전력은 ALPS로도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에 바닷물을 섞어서 기준치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치의 7분의 1로 줄여서 내보내므로 배출할 물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태평양의 과학자들은,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와 탄소-14를 포함해 60여 개 방사성 핵종의 생태학적 영향을 IAEA가 적절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해양연구소 100여 곳이 소속된 국립해양연구소협회도 방류에 공식 반대했습니다. “‘희석이 오염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합니다.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은 (방사성 물질의) 유기결합, 체내 축적과 농축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이나 지역 해저 퇴적물에 축적되는 문제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IAEA와 일본의 국제 절차 위반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반 안전 지침(General Safety Guides·GSG) 제8항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에 체계적으로 피폭시키는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를 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에 기대되는 ‘이익’이 방사선 피해를 포함한 ‘위해’보다 더 커야 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7월4일 낸 보고서를 보면, IAEA는 이번 방류가 이 기준을 만족하는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에 관한 국제안전기준 적용을 검사해달라고 요청해온 것은,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 후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IAEA 안전심사 범위에는, 일본 정부가 내비친 정당화 과정에 관한 평가는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GSG-8 지침은 방사선 피해뿐 아니라 사회·경제·환경에 미칠 영향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라고 권고합니다. 일본 정부가 이번 배출로 얻을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후쿠시마의 부흥입니다. 일본 정부는 사고 원자로를 빨리 폐쇄(폐로)하길 원하고, 이를 위해서는 녹아내려 굳은 핵연료(데브리)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 데브리를 보관하거나 폐로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공간이 원전 부지 내에 필요하기 때문에 원전 오염수를 방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재 880t에 달하는 데브리를 g 단위로 꺼내는 것조차 위험한 방사선량 때문에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1시간 노출되면 사망할 정도의 양이라서 기계로 해야 하는데, 개발에 시간이 소요되서입니다. 폐로를 해야 원전 오염수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데 정작 폐로 전망이 불확실합니다. 매일 발생하는 오염수를 줄일 방안도 마땅치 않습니다. 방류가 30년이 아니라 60년은 이어지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원전 오염수의) 어떠한 처분도 실시하지 않는다”라고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어련)에 문서로 약속했습니다. 후쿠시마현 어련은 이번 방류에 변함없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현 어업 관계자와 주민 약 100명은 일본 정부에 해양 방류 계획 인가 취소를 요구하고, 도쿄전력에 방류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9월8일 제기할 예정입니다. 2015년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계약 위반이며, 이는 주민들이 평온하게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고, 바다와 관련된 사람들 삶의 터전을 무너뜨린다는 논리입니다.

이번 방류가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예방에 관한 1972년 협약에 대한 1996년 의정서(런던의정서)’ 위반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해저터널을 사용해 폐기물을 버리는 것은 방류(release)가 아닌 투기(dumping)이며 이는 런던의정서가 금지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유엔 해양법 협약 제194조는 해양환경 오염 방지, 경감 및 통제를 위해 스스로의 국가가 능력에 따라 최선의 수단을 이용할 것을 규정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대기 방출, 전기 분해, 지층 주입, 지하 매설 등 오염수 처리 5가지 방안 가운데 가장 비용이 적다며 해양 배출를 택했는데,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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